"꿈을 그리는 것을 놓지 않았다는 자각"
저는 그것 때문에 살아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랜 고향친구가 누추한 곳으로 찾아온다 하여
영화관 이라는 곳에서 몇 년만의 제대로 된 여가생활을 즐겨봤습니다.
"돈은 아낄수록 좋지만 F1 The Movie는 봐야지"
몇 년을 영화관을 가지 않았던 제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
학창시절 제가 했던 활동과 연관이 있습니다.
관객 대부분은
- 소니 헤이스의 골때리는 마이웨이,
- 조슈아 피어스의 성장,
- 에이펙스 GP 크루의 기적 같은 단합
이런 서사에 열광하며 영화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장면에서,
조용한 파문 하나가 번지듯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 아래는 스포가 있으니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살포시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F1 더 무비 : 나의 감상
소니 헤이스는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않았다.
영화 막바지, 아부다비 그랑프리 우승 뒤 소니 헤이스는 트로피를 로빈에게 넘깁니다.
대부분은 이 장면을 "오랜 친구 루벤에 대한 감사"로 해석하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느꼈습니다.
💭 나의 우승컵 – 바하125, 그리고 욕망
"경쟁에서 1등이 되겠다라는 욕망을 물리적으로 조형한 것"
저는 대학 시절,
4년 동안 바하 125 대회를 갈아 넣은 사람입니다.
우리 동아리에선 3년 이상 참가하면 "멍에의 전당"에 헌정했는데,
저는 거기 차석 정도는 됐을겁니다.
그래서인지 '바하 1000 드라이버 구함' 이라는 장면을 보고선 웃음이 피식 나더라구요.
이쪽 업계(?)에서 바하 1000 내구레이스 라는 대회는 진짜 낭만의 끝판왕으로 취급받으니까요.
젊음밖에 없었던 그 당시엔 정말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할 줄 아는 것도 없으면서 "이겨야 한다", "1등 해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한 허세 가득한 필드 미캐닉이었죠.
그게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소니 헤이스, 그는 왜 달리는가
영화 막바지에 헤이스는 루벤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나 이거 해야 해"
"이 차 몰 수 있다면 난 죽어도 좋아"
실제 대사와 맥락을 보면 '난 이게(레이싱) 필요해, 이 차를 몰 수 있다면 몇 번이라도 죽을거야'에 가깝습니다
그의 레이싱은
1등이나 명예를 위한 경쟁이 아니라, 그저 달리는 것 그 자체를 위한 삶이었습니다.
컵은 남들이 주는 것이고, 트랙 위의 삶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
그러니까 헤이스에게 "레이싱" 이라는건 "경쟁에서 이겨 우승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나로서 레이스카에 앉아 트랙을 달리는 것 그 자체"
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 2019년의 트로피, 그리고 6년의 암흑기
2019년, 제 학창시절의 마지막 즈음
기적처럼 마주한 우승기와 트로피가 찰나의 순간으로 제 인생과 겹치게 되었고
그 이후로 저는 6년 가까이 암흑기를 겪어야 했습니다.
"왜 나는 그 한 번 외엔 이렇다 할 무언가를 이루지 못했을까."
"나는 그 욕망 하나를 위해 너무 많은 걸 태운 건 아닐까."
그런 회의감 속에서 계속해서 ‘등수’, ‘점수’, ‘자격증’, ‘계좌의 숫자’, ‘남들보다 앞서는 지식’
같은 것들에 집착하며 살아왔는지도 모릅니다.
꿈을 그리는 것을 놓지 않았다는 자각은 남았다.
그런 저에게 ‘아직도 꿈을 그리고 있다’는 자각은
정말 큰 울림이었습니다.
욕망이 아닌, 꿈.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열망.
소니 헤이스처럼 살아가고 싶은 마음,
그것 하나가 남아있다는 게
정말 큰 축복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트로피는 내려놓고, 꿈을 다시 들어올리다" : He chose not to lift the trophy.
챗 지피티의 도움을 받아서
제가 느낀 감정을 짧은 문장으로 적어봅니다.
He crossed the finish line, but never raised the trophy.
Because winning was never the point.
Running was.
컵은 인정을 받기 위해 드는 것이고,
꿈은 자신이 납득되면 계속할 수 있는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JP처럼 치기 어린 시간들이 있고,
인생은 스페인 트랙처럼 갑작스러운 사고를 품고 있지만,
언젠가는 소니처럼 ‘달리는 삶’을 살아가기를 꿈꿉니다.
이번 영화는 오랜만에
"나는 무엇을 위해 달려왔나",
"앞으로는 어떻게 달릴 것인가"
스스로에게 조용히 질문할 수 있었던 시간 같았습니다.
그리고 질문도 하나 덧붙여 봅니다.
어쩌면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축복은
‘욕망’이 아니라, ‘꿈을 좇을 수 있다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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